떠남
연구실 형이 유학을 떠났다. 형은 2003년 이후로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 내가 인정할 수 있다고 싶은 몇 안되는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종교에 대해, 삶에 대해 고뇌하는 형의 모습이 좋았고, 세상에 대해 날이 서 있음이 좋았다. 형이 부디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했으면 한다.
덧붙여서, 형에게 주고 싶은 고흐의 글귀 하나. 고흐에게 텅 빈 캔버스가 도전의 대상이었다면 학문하는 사람들에겐 책과 글로 채워야 할 종이가 마찬가지로 도전의 대상이 아닐까 싶다.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형이 힘들 때 이 글을 읽고 힘을 얻었으면 한다.
테오에게
의욕적으로 일하려면 실수를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훌륭하게 될 거라고 하지.
그건 착각이다. 너도 그런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잖아.
그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침체와 평범함을 숨기려고 한다.
사람을 바보처럼 노려보는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할 때면,
그 위에 아무것이든 그려야 한다.
너는 텅 빈 캔버스가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모를 것이다.
비어 있는 캔버스의 응시, 그것은 화가에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캔버스의 백치 같은 마법에 홀린 화가들은 결국 바보가 되어 버리지.
많은 화가들은 텅 빈 캔버스 앞에 서면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에 텅 빈 캔버스는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 하며 가슴을 찢어놓을 듯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
그것도 영원히! 텅 빈 캔버스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삶이 우리 앞에 제시하는 여백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삶이 아무리 공허하고 보잘것 없어보이더라도,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 예담 p 106~107
0 TrackBacks
Listed below are links to blogs that reference this entry: 떠남.
TrackBack URL for this entry: http://dknow.cafe24.com/mt/mt-tb.cgi/52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