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9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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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6월 9일을 즈음해서 대학시절 같은 기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87년에 돌아간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는 추모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열사가 단과대학 선배이기 때문에 추모모임을 단과대학 재학생들이 중심이 되서 준비하고 졸업한 선배들이 함께 참여한다. 해마다 이루어지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배들이 모이고 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자리에서는 재학생들이 준비한 전체적인 행사 일정을 담은 글이 돌려지고 이에 대한 서로의 의견이 오간다. 또 한 쪽에서는 각자의 명함을 교환하면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기도한다. 대학교 1, 2학년 때는 그 자리에서 명함을 교환하는 모습에서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 결국 소시민이 되어가는 것을 보는 것 같아서 못내 못마땅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어느 정도 생긴 듯 하다. 모인 사람들 중에서 가장 고학번인 선배가 일어나서 이야기를 했다.


"후배들은 6. 9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저의 선배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6. 9제를 준비하는 모임은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에 모였던 선배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또 1년을 살아갔습니다. ........."


선배들은 1년에 한번이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자리로 삼았다는 것이다. 즉 모임에 오게 되면 열사와 열사가 이루고자 했던 것, 나와 내가 꿈꾸던 세상이 교차되면서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는 의미였다.


물론 이 말 한마디에 열사 앞에 모두가 숙연해지는 것은 아니다.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열사의 삶과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꿈꾸던 세상과 그것을 이루려고 했던 노력들을 거쳐 사회에 진출한 사람들이 어느 정도까지 현실과 타협하고 어느 정도까지 그때의 생각을 짊어지고 살아가는지는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인 듯 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삶에 치열했던 기억을 짊어지고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떤 이는 대학시절의 이념을 투표할 때만 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이는 정 반대의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떠했던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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